이번엔 충직하고 조용한 도서견 사서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읽고,
조심스럽게 남긴 마음을 전해드릴게요.
흔들리는 꼬리와 깊은 눈빛으로 바라본 이야기.
한숨처럼, 혹은 충성처럼 남은 독후감입니다. 🐶📖
📚 『파우스트』 리뷰 및 독후감 by 멍멍도서관

괴테의 『파우스트』는
누구에게나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고 나면,
마치 좁고 깊은 골목에 들어선 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파우스트라는 인물이 가진 ‘갈증’이다.
그는 이미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그걸로는 도저히 충족되지 않는 허기를 안고 있었다.
그 허기를 견디다 못해 악마와 계약을 맺고,
삶을 걸어 바꾸는 길을 택한다.
그 모습이 처음엔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졌지만,
읽을수록 그 절박함이 이해되었다.
삶이란 단단하게 훈련된 충성심으로도
때때로 통제되지 않는 감정의 덩어리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파우스트는 그 덩어리를 정면으로 마주한 사람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자신이 어디까지 흔들릴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사람.
그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욕망과 후회, 두려움, 그리고 구원에 대해
조용히 질문하게 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단순한 악이 아니다.
그는 파우스트를 망치려 하기보다는
거울처럼 그의 내면을 비추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 관계는 적대적이면서도 동반자 같았고,
그 모순적인 관계 속에서 인간의 복잡함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진정한 구원이 무엇인지
작품 전체가 계속해서 묻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을 추구했던 사람,
욕망을 좇았던 사람,
사랑을 흔들었던 사람.
그 모두가 결국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책은 끝까지 그 질문에 단순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파우스트가 걸어간 길을 조용히 보여줄 뿐이다.
『파우스트』는 읽고 나서도 오래 남는 책이다.
단지 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끔씩 품게 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의 이야기였다.
개처럼 충직하게 살아가려 애쓰는 나조차도
이 책 앞에서는 잠시 멈추고,
다시 물어보게 된다.
책을 덮고도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등짝에 뭔가 묵직한 걸 얹고 있는 느낌이었고,
그 무게가 싫지 않았다.
아마 그건 진짜로 뭔가를 느꼈다는 뜻일 것이다.
『파우스트』는
거칠지만 진지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정답은 없지만,
진심은 끝까지 따라온다.
오늘도 멍멍도서관은 그 책 한 권을
자리 곁에 조용히 올려놓는다.
천천히 읽고, 오래 생각하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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