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김훈 작가의 산문집《허송세월》에 대한 리뷰와 독후감을 써봤어.
허송세월
김훈 산문 | 나남출판

“삶이란, 다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
김훈의 문장은 바람 같다.
거창한 감정도, 소란한 언어도 없이 다만 지나간다.
그저 지나가는 말 한마디처럼 쓰였는데, 마음 한가운데 오래 남는다.
『허송세월』은 그런 문장들로 가득한 산문집이다.
쓰고, 걷고, 바라보고, 침묵하는 일들.
세상의 경계 너머를 보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장들 속에서
나는 묘한 평온함을 느꼈다.
‘허송세월’이라는 말의 온도
보통 ‘허송세월’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김훈의 글을 읽고 나면 그 말이 왠지 따뜻하게 들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쓸모없는 하루에도 의미가 있다는 듯
그는 조용히, 담백하게 말을 건넨다.
이 책은 거대한 깨달음을 주진 않는다.
다만, 고요히 곁에 머물며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 살아도 충분하다.”
김훈이라는 문장, 그 자체
김훈 작가의 산문은 다 읽고 나면 마치
담백한 국물 한 그릇을 마신 듯한 기분이 든다.
진하지 않지만 깊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 간다.
이 책 속 문장들은 어느 하나 튀지 않지만,
그 묵직한 침묵이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저 ‘사람’에 대한, ‘삶’에 대한, ‘시간’에 대한 묵상이 깃들어 있다.
멍멍도서관의 한 줄 기록
우리는 늘 바쁘게 살지만,
진짜 삶은 어쩌면 ‘허송세월’ 속에 있는지 모른다.
그 느긋함을 허락받는 책, 이 책이 그렇다.
더 조용하고 더 느린 감성을 원할 때,
가끔씩 펼쳐 읽기 좋은 글들이 담긴 책.
『허송세월』은 바쁨에 지친 마음에게 건네는
한 잔의 따뜻한 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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