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마주하면, 인간 존재의 깊이를 직면하게 된다. 표지에 담긴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는 이 비극의 정수를 시각적으로 함축한다. 꽃들 사이로 흘러가는 그녀의 고요한 죽음은, 단지 한 인물의 몰락을 넘어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불안과 슬픔, 진실에 대한 갈망을 상징한다. 『햄릿』은 단지 복수극이 아니다. 그것은 실존적 질문과 인간성의 민낯,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되묻는 여정이다.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이 던진 진실로 인해 한순간에 현실의 균열을 마주하게 된다. 사랑했던 어머니는 숙부와 결혼했고, 그 숙부는 아버지를 독살한 자이다. 이 단순한 줄거리 안에서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도덕, 욕망, 권력, 광기, 사랑, 죽음을 해체하고 재조립한다. 햄릿이 끊임없이 내면의 목소리와 싸우며, “To be or not to be”라는 명제 앞에 선 장면은 모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존재할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 이는 시대를 초월해 우리의 삶에도 적용되는 질문이다.
햄릿의 복수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다. 그것은 정의와 윤리의 경계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명석하고 철학적이며, 동시에 나약하고 우유부단하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다. 복수는 당위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고통과 상실을 겪는다. 오필리아의 광기와 죽음, 어머니의 배신, 친구들의 변절,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 햄릿의 고통은 단지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인간 전체의 심연이다.
오필리아의 존재는 햄릿의 세계에서 빛나는 비극적 별이다. 그녀는 순수함과 사랑의 상징이지만, 그 사랑은 햄릿의 의심 속에서 무너지고, 그녀는 결국 스스로 생을 내려놓는다. 그녀의 죽음은 폭력적인 정치와 남성 중심 세계에서 여성이 어떻게 희생되는지를 암시한다. 책 표지에 그려진 오필리아의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은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인간 감정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침묵의 아름다움이다.

『햄릿』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내면을 직면하게 만든다. 우리는 햄릿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지만 늘 망설이고, 진실을 알고 싶지만 두렵고, 사랑하고 싶지만 상처받는 인간. 셰익스피어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했고, 그 진실을 언어라는 무기로 새겨 넣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시대를 초월해 이 작품을 읽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복잡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질문들은 조금 더 분명하게 떠오른다. 나는 왜 살아가는가? 무엇을 위해 분노하고, 무엇을 위해 용서하는가? 햄릿은 이런 질문 앞에서 단순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햄릿』은 문학이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고통이자 가장 고귀한 깨달음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진실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복수는 스스로를 태우는 불꽃이며, 사랑은 침묵 속에서 더 크게 울린다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그 모든 혼란 속에서도 결국 인간은 스스로의 선택 앞에 선 존재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