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고기 안 먹어요.”
이 단순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소설은
서서히, 그리고 무섭게 인간 내면의 균열을 드러낸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어떤 의미에서 ‘잔인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말없이 변해가는 한 사람,
그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시선으로 단죄하는 주변 사람들.
이 소설은 고요한 문장 속에 격렬한 파문을 일으킨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가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끊는다.
꿈속의 피 냄새가 그녀를 바꿔놓았고,
그 변화는 단순한 식습관을 넘어서 존재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소설은 세 개의 시점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남편, 형부, 그리고 언니.
누구도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관점에서 그녀를 해석하고 이용하거나 배척한다.
이 소설은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묻는다.
꽃이 되고 싶었던 여자
영혜는 점점 식물이 되어간다.
말을 거부하고, 음식도 거부하고, 결국 자신을 뿌리내린 식물처럼 변화시켜 간다.
그 모습은 광기이면서 동시에 해방이다.
읽는 내내 숨이 막힌다.
그러나 그 숨막힘 속에서도
한강의 문장은 고요하고 절제되어 있어,
오히려 감정을 더 깊숙이 찌른다.
멍멍도서관의 한 줄 기록
이 소설은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 고통의 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채식주의자』는 쉽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한 번은 꼭 마주해야 할 책이다.
누군가의 파국이, 어쩌면 내 안의 침묵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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