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몇 년간 CBDC의 기술적 타당성과 정책적 영향력을 면밀히 검토해왔으며, 다양한 시범 사업과 실거래 테스트를 통해 실제 도입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의 CBDC 도입 현황과 그 전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CBDC란 무엇인가?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다.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전자적 방식으로 유통되며, 국가가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CBDC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화폐 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금융 포용성 확대 및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CBDC 추진 현황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CBDC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법제도 연구를 본격화하며 도입 기반을 다져왔다. 특히 2024년부터는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협력하여 ‘CBDC 활용성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테스트는 ‘디지털 바우처’와 같은 공공 목적의 지불 수단으로서의 CBDC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는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명칭으로 국내 주요 은행 7곳과 10만 명의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실거래 테스트도 시행되었다. 테스트에서는 예금토큰 형태로 발행된 CBDC를 교보문고, 이디야커피, 세븐일레븐 등에서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기술적 구현 가능성과 국민의 수용성 모두를 검증하는 데 큰 의미를 지녔다.

도입을 위한 고려사항
CBDC 도입에는 다양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CBDC가 시중은행의 예금 유출을 유도해 금융 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모든 거래가 디지털로 기록되는 만큼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도 중요한 이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설계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민간 결제 시스템과의 공존을 위한 정책적 조율도 병행 중이다.
민간 결제 시장과의 관계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현재 한국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민간 주도의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발달해 있으며, 이들과의 경쟁 또는 협력 관계 설정이 향후 CBDC 확산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향후 전망
현재까지의 흐름을 종합해볼 때, 대한민국은 CBDC의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다. 정책적, 기술적 검토가 완료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점은 빠르면 2026년 이후로 예상된다. 초기에는 재난지원금, 복지 바우처 등 공공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은 디지털 경제 전환기에 대비한 통화 시스템 혁신을 위해 CBDC를 하나의 유력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 도입 시점과 방식은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향후 정부와 한국은행의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